디지털 드로잉 연습할 때 모사 vs 창작, 뭐가 먼저일까?

안녕하세요, 11년 차 디자이너 리틀아틀리에입니다.

디지털 드로잉을 시작하는 모든 분이 한 번쯤은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남의 그림만 계속 따라 그려도 실력이 늘까?” 혹은 “결국 내 그림을 그려야 하니 처음부터 창작을 연습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입문 단계에서는 고민할 것도 없이 **’모사(따라 그리기)’**가 먼저입니다. 왜 창작보다 모사가 우선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창작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그 현실적인 가이드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초보자가 창작부터 하면 힘든 이유

머릿속 이미지를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

초보 시절에 창작이 힘든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 머릿속에는 멋진 이미지가 가득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낼 **’손의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지털 드로잉은 종이에 그릴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 필요하죠.

눈은 모니터를 보고 손은 타블렛 위에서 움직이는 이 이질적인 환경에 익숙해지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선 하나 긋는 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상태에서 창작을 시도하면, 결과물이 내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게 되고 결국 금방 지쳐서 펜을 놓게 됩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내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남의 선을 정확히 따라가는 훈련에 집중해야 합니다.


2. 모사할 때도 ‘생각’이 필요합니다

모사가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면, 그다음부터는 간단한 창작을 조금씩 섞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무 생각 없이 형태만 베끼는 모사는 숙련도(손놀림)는 높여줄지 몰라도, 진짜 그리는 실력은 제자리걸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사를 할 때도 **”작가는 왜 이 선을 여기에 썼을까?”, “이 명암은 어떤 입체를 표현하기 위해 들어갔을까?”**를 끊임없이 분석해야 합니다. 입체를 이해하며 그리는 모사가 충분히 쌓였을 때, 비로소 창작을 위한 ‘재료’가 내 손에 저장됩니다.

디지털 드로잉 연습 흐름이 궁금하다면 👉 [디지털 드로잉 입문자 연습 순서|이 순서대로 안 하면 계속 제자리] 글에서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초보자 기준으로 보면 따라 그리기와 창작은 목적부터 다릅니다. 따라 그리기는 손과 눈을 훈련하는 단계이고, 창작은 이미 쌓인 데이터를 꺼내 쓰는 단계입니다.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창작을 시도하면, 결과물보다 좌절이 먼저 쌓이게 됩니다.


3. 창작의 시작은 ‘10%의 변형’부터

많은 분이 창작이라고 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100% 순수 창작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초보자에게 권하는 창작은 **’준모사’**에서 출발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내 머릿속에서 꺼내려 하지 마세요. 모사하던 그림에서 색감을 살짝 바꿔보거나, 소품 하나를 추가해보는 10%의 변화로 시작하는 겁니다.

  • 1단계: 사진이나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기 (모사)
  • 2단계: 모사한 그림에 내가 좋아하는 색 입히기
  • 3단계: 캐릭터의 옷이나 헤어스타일만 살짝 바꿔보기

이렇게 변화의 비중을 10%에서 20%, 50%로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창작으로 가는 가장 수월하고 안전한 길입니다.


4. 창작은 목표가 아니라 꾸준함의 결과입니다

창작은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는 목표가 아니라, 지루한 연습 시간을 견뎌낸 뒤에 찾아오는 결과물입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초반의 지루한 선 연습과 도형 연습이라는 터널을 지나야만 하죠.

11년 차인 저에게도 창작은 여전히 어렵고도 즐거운 도전입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많은 모사와 연습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학생의 모사 연습물 스케치
학생의 모사 스케치 연습 후 스케치 선을 정리한 작업물. 깔끔한 스케치선을 남기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잔 선의 스케치선이 있었습니다.

결론: 오늘 그은 선 하나가 내일의 창작이 됩니다

독창적인 그림체나 화려한 창작물에 조급해하지 마세요. 오늘은 남의 그림을 한 번 더 관찰하고, 선 하나를 더 정확히 따라 그려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지루한 반복이 쌓여 어느 날 문득 내 손끝에서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가 그려지는 순간, 여러분은 비로소 창작의 즐거움을 온전히 맛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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