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1년 차 디자이너 리틀아틀리에입니다.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아마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나 멋진 사진을 똑같이 그려보는 **’모사(따라 그리기)’**일 것입니다. 실제로 모사는 초기 단계에서 형태력을 기르고 도구에 익숙해지는 데 가장 효과적인 연습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모사’만 계속할 때 발생합니다. 어느 순간 **”나는 왜 남의 그림은 잘 그리는데 내 그림은 못 그릴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죠. 오늘은 모사 연습에 매몰되었을 때 우리가 빠지기 쉬운 흔한 오해 3가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1. 오해 1: 많이 따라 그리면 실력이 ‘저절로’ 는다?
가장 위험한 오해입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요? 바로 ‘결과물의 함정’ 때문입니다. 똑같이 베껴 그리면 짧은 시간 안에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나 좀 잘 그리는데?”라는 성취감이 들죠.
하지만 이때의 그림은 선을 이해해서 그린 게 아니라, 단순히 내 눈이 본 위치를 손으로 옮겨 놓은 **’복사’**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 경험 한마디: “수업을 하다 보면 모사 그림은 기가 막히게 그리는데, 빈 종이를 주면 5분 넘게 멍하니 있는 아이들을 자주 봅니다.”
2. 오해 2: 모사를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창작이 된다?
“지금은 따라 그리지만, 수백 장 그리다 보면 언젠간 나만의 스타일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시나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다릅니다. 모사에서 창작으로 넘어가는 구간에는 반드시 **’의도적인 전환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대로 베끼는 단계에만 머무르면 그림의 요소를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능력이 퇴화합니다. 모사를 오래 한 친구일수록 오히려 ‘자유롭게 그려보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더 큰 공포를 느끼기도 합니다. 마치 정해진 레일 위만 달리던 기차가 레일이 사라진 벌판에서 길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3. 오해 3: 모사 실력이 곧 그림 실력이다?
모사는 잘 그린 기준이 명확합니다. ‘원본과 얼마나 닮았는가’이죠. 그래서 모사를 잘하면 내가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림 실력이라는 커다란 주머니 안에는 모사(표현력) 외에도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 관찰: 대상의 이면과 구조를 뜯어보는 힘
- 구성: 화면 안에 요소를 배치하는 연출력
- 의도 전달: 내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정하는 기획력
모사만 하는 것은 시험 대비 문제풀이만 반복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제 유형은 외웠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응용 문제(창작) 앞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4. 그럼 모사는 어떻게 해야 의미가 있을까?
모사를 ‘노동’이 아닌 ‘공부’로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① 질문하면서 따라 그리기 (생각하는 드로잉)
무작정 펜을 움직이지 마세요. 선 하나를 그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 “이 작가는 왜 여기서 선을 꺾었을까?”
- “이 부분에 왜 이 색을 썼을까? 반대색을 썼다면 어땠을까?”
- “이 복잡한 형태를 단순한 도형으로 치환하면 어떤 모양일까?”
이렇게 생각을 붙이는 순간, 모사는 단순 복사가 아닌 **’데이터 수집’**이 됩니다.
② 10% 변형 법칙 (창작으로 가는 징검다리)
모사와 창작을 한 번에 연결하려 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똑같이 그리되, 딱 10%만 내 마음대로 바꿔보는 연습을 추천합니다. 캐릭터의 눈 색깔을 바꿔보거나, 소품 하나를 추가해보는 식이죠. 이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어느새 모사의 레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달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 모사는 도착지가 아니라 출발선입니다
모사는 아주 좋은 연습 방법입니다. 다만 거기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모사는 내가 가고 싶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일 뿐, 목적지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무언가를 따라 그리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부터는 ‘왜?’라는 질문 한 가지를 선 끝에 실어보세요. 그 질문이 여러분을 ‘복사기’가 아닌 ‘아티스트’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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